제8장 상처받는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들 회피성 성격장애(Avoudant Personality Disorder)
특징과 배경
무턱대고 싫어하는 인생관을 지니고 있다.
회피성 성격장애자의 행동의 특징은 실패나 상처받는 걸 극도로 두려워한다는 점이다.
자기에게 자신이 없기 때문에 실패할 바엔 차라리 처음부터 하지 않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 .회피성 성격장애의 본질적인 문제는 실패를 너무나 두려워한 나머지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또 실패하면 재기할 수 없다는 두려움이 팽배해 있다.
회피성 성격장애자는 살아가는 것이 즐겁지 않고 괴로울 뿐이다. 많은 것들을 체험하고 새로운 즐거움을 추구하기보다는 실패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에 걱정이 앞선다. 부정적인 생각 때문에 무엇을 하는 것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편이 더 낫다는 생각이 신념처럼 굳어져 있다.
즉 회피성 성격을 지닌 사람은 무턱대고 싫어하는 경향에 사로잡혀 있어 모험정신과는 거리가 멀고 위축되어 있다.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이 두드러져 "어차피 안 돼", "역시 나를 싫어할 거야" 라고 굳게 믿어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무리', '안 돼', '어차피', '역시' 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한다. 자신이 무능하고 장점이 하나도 없어 실패할 것이고, 사람들이 자신을 싫어할 거라고 굳게 믿는다.
회피성 성격장애자는 일반인 가운데 약 0.5%~1%정도라고 알려져 있고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의 약 10%~25%정도이다. 대부분 우울 상태나 불안장애가 치료의 원인이다.
고슴도치 딜레마
회피성 성격을 지닌 사람은 자신이 없기 때문에 매사 소극적이다. 특히 대인관계에서 상처받는 데 민감해서 상처받을 바에는 혼자 있는 편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제 스스로 친구를 찾지 않는다. 찾아오면 상대를 해도 친구를 찾지는 않는다. 정성을 들였다가 상처받는 것을 두려워한다. 사귀어도 소원해서 관계가 진전되지 못한다.
회피성 성격장애자의 특징은 마음속으로는 사람들과 접촉하고 싶은데 자신이 없거나 사람들이 자기를 좋아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깊이 사귀지 못한다는 데 있다.
이런 상태가 몸에 배어 있기 때문에 간혹 호의를 갖고 접근해 오는 사람마저도 쌀쌀맞게 거부해서 상대방한테 상처를 주기도 한다. 자기가 상처 입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커서 상대방의 호의를 생각할 겨를이 없다. 아니면 어차피 자기를 싫어하게 되리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남의 호의도 믿지 못하는 것이다.
회피성 사람은 미인일지라도 얼굴에 어두운 그늘이 있어 생기가 없어 보일 때가 많아. 스스로 자신의 광채를 억제한다. 눈에 띄는 것을 싫어해 이목이 자기에게 쏠리는 것을 두려워한다. 이는 자기가 관심의 대상이 될 만한 가치가 없는 존재이고 모두를 실망시킬 뿐이라고 굳게 믿기 때문이다. 따라서 언행에 자신감이 없다. 남들이 눈살 찌푸릴 행동을 부러 하는 사람도 있다.
자폐증이 나타나기 쉬운 성격장애는 앞에서 살펴보았던 자기애성, 분열성 그리고 이 회피성이다. 특히 장기간에 걸친 자폐증은 분열성과 회피성에서 많이 나타난다. 인간관계를 원하면서도 상처받을까 두려워 학교나 사회로 나가지 못하는 것이 회피성의 특징이다.
칭찬 받고 자라지 못한 아이
회피성 성격장애자의 주변에는 자기애성 성격장애자가 있을 때가 많다. 가족 중에 항상 관심을 끌며 칭찬 받길 원하는 자기애성의 사람이 있어 그 그늘에 가려 성장하나 케이스가 적지 않다.
그들의 화려한 성공과 비교해 자기는 열등한 존재라는 그릇된 인식이 각인된 것이다.
이렇게 된 데에는 부모의 태도나 평가가 영향을 끼쳐 부모가 어떤 식으로든지 부정적인 태도를 취해 "거의 칭찬 받지 못했다"는 사람이 많다.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지 간에 쭉 낮게 평가되어 왔다. 자기애성 사람이 언제나 칭찬 받아 비대해진 것과는 아주 대조적이다.
이십대 후반의 어느 청년은 팔 년 동안 자페적인 생황을 해 왔다. 조그만 회사를 경영하고 어머니도 전문직에 종사해 생활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었지만 자신은 현실에 만족하지 못했다.
뭔가를 시작하려고 해도 불안이 앞서 행동으로 옮기지 못했다. 한 명뿐인 친구가 외출을 권해도 약속 전날이 되면 갑자기 불안해져 약속을 취소하고 만다. 방안의 가구를 옮기는 데도 새로운 배치가 맘에 들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앞서 손을 대지 못한다.
상담치료를 받고 조금 의용이 되살아난 어느 날 자기가 겪었던 에피소드를 들려두었다. 컴퓨터를 새로 바꾸려고 상점에 갔는데 자기가 사려는 것이 불량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그럴 바에는 차라리 사지 않는 편이 낫겠다 싶어서 그냥 되돌아왔다는 것이다. 무얼 하려 해도 실행으로 옮기지 못하고 주저하는 이유는 실패를 지극히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뒤이어 그는 자신이 경험했던 과거의 일들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는 어머니의 칭찬을 들은 적이 없었다. 그의 어머니는 지나친 완벽주의자로 책임감이 강하고 무엇이든 해낼 자신간이 있는 사람이었다. 그가 자신의 실패를 두려워하는 이유는 당연히 그런 어머니의 완벽주의와 연관성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실패를 통해서 뭔가를 배우기도 한다며 행동으로 옮겨 보라고 격려했다. 다시 찾아왔을 때 그는 새로 산 컴퓨터로 작업한 그래픽 작품을 갖고 왔다. 그래픽 디자이너가 되고 싶어 독학으로 익혔던 것을 다시 시작한 듯했다.
어머니가 찾아왔을 때 그를 어떻게 대해 왔는지 물어보니 그다지 칭찬하지 않았다고 했다. 어머니는 즐거움보다 의무 이행을 중시하는 사람이라 자기 역시 우울증 치료를 받고 있다고 했다.
그 후 청년은 서서히 활동적이 되어서 아버지의 일을 도왔다. 자신의 즐거움도 전보다 적극적으로 찾게 되었다.
또 다른 예는 회피성 성격장애가 악화되어 경계성 성격장애까지 수반한 경우이다. 어떤 성격장애든 적절히 치료하지 못하면 경계성 성격장애가 되기도 한다.
체구가 자그마한 열아홉 살 소녀는 제 나이보다 어려 보이지만 청순하다기보다는 음울하고 애정을 받지 못한 그늘이 있었다. 치료를 받게 된 계기가 약물 남용과 불안증세 때문이었다. 지금껏 여러 번 자살을 기도했는데 한 번은 손목의 동맥을 끊어 출혈을 많이 한 적도 있다고 했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자폐 증상을 보였다. 그녀는 너무나 자신이 없고 불안해서 약물로 그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하였다. 그녀에게 산다는 것은 불안과 고통일 뿐이었다. 그저 불안과 고통에서 벗어나는 것만이 그녀를 안심시켰다.
소녀에게는 한 살 위의 언니와 세 살 아래인 동생이 있었다. 언니는 그녀와 아주 대조적인 성격으로 내성적인 이 소녀와는 달리 발랄했다. 부모도 발랄하고 학교 성적도 좋은 언니만 귀여워하였다. 그녀는 질책 당하기만 했고 칭찬을 전혀 듣지 못했다.
그녀가 4학년 때 따돌림을 당하고 학교에 가지 않았을 때도 부모는 학교에 다니는 게 당연한 일이라며 등교를 하고는, 따돌림을 당하는 것은 그녀의 성격이 어둡기 때문이라고 해 고통을 가중시켰다.
소녀는 지금도 부모의 애정을 갈망해 가능하면 엄마에게 안겨 자고 싶지만 이는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자신의 엄마는 자기에게 꼴도 보기 싫다고 분명히 말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부모의 사랑은 태양 빛과도 같다. 빛을 받고 자란 아이는 안정감과 자신감이 몸에 배어 외풍을 견딜 수 있지만 빛을 받지 못한 아이는 불안함과 자신감의 결여로 인해 자신을 지탱하지 못한다.
심리적 외상(trauma)경험이 낳은 회피
회피라는 행동 패턴이 성립되는 과정을 살펴보면 직접적인 원인이 된 어떤 정신적 외상을 볼 수 있다. 회피성 성격을 지닌 사람은 따돌림을 당하거나 피할 수 없는 시험공부 때문에 괴로워할 때가 많다. 불안해지면 사람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지 간에 그 상황을 피하려고 한다. 대개의 경우 그런 괴로운 상황이 반복적일 때가 많아 싫은 것을 꾹 참고 견디다가 결국에는 쓰러지고 만다.
회피성 성격장애에서 나타나는 심리적 외상 경험으로 흔한 예가 학창 시절의 따돌림이나 인간관계에서 받은 상처다. 동급생이나 친구뿐만이 아니라 의외로 어른(교사)의 대응에 상처받을 때도 많다. 대인관계에 문제가 있을 때 어른(교사)이 문제점을 알아주는 것만으로도 고통의 정도는 달라지는데, 그와 반대로 반응하거나 그때그때 일관성 없이 개입하면 오히려 사태를 그르치고 만다. 또한 정신적 여유가 없는 아이 같은 성격의 어른(교사)이 따돌림을 부추기거나 정신적 학대를 하기도 한다.
이런 체험들이 거듭되면 마음속으로는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어도 인간에 대한 불신과 불안이 앞을 가로막는다.
부모에게 휘둘리는 아이들한테 급증
이런 따돌림의 경험 외에 eh 다른 흔한 패턴은 당사자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부모의 희망에 따라 계속 휘둘린 것이 강제노동의 체험처럼 일종의 심리적 외상이 되고 만 경우다. 이 경우는 강요되었던 것, 노력에 대해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게 된다. 이제는 지긋지긋해서 더 이상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는 거부감이 당사자를 지배한다. 이런 경우는 지속적으로 강요받은 후유증으로 무기력한 상태가 동반된다.
스튜던트 애퍼시(stident apathy)라 일컬어지는 것도 이런 범주에 속한다. 스튜던트 애퍼시는 오랜 수험공부로부터 해방된 학생에게서 보이는 무기력, 무감동 상태인데 공허감을 동반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는 오랜 감금 상태에서 풀려난 사람이 보이는 자연스러운 반응으로서의 우울 상태나 침잠에서 보이는 '자유롭게 된 지금의 생활에 대한 공허감'과도 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만성적 외상의 결과에서 비롯된다는 점에서는 같은 것들이다.
스튜던트 애퍼시인 사람의 부모 중에는 위대하고 훌륭한 사람이 많다고 한다. 너무 훌륭한 아버지는 자식에게는 부담스러운 존재일지도 모른다. 자식이 뛰어넘을 수 없는 장애이며 제아무리 노력한다 해도 도저히 빠져나갈 길이 없는 벽과도 같다. 거대한 아버지의 존재는 자식의 도전해 보려는 의지마저도 위축시킨다.
이런 가정에서는 모든 게 아버지 중심으로 이루어질 때가 많아. 자식 역시 아버지의 자기애에 봉사하는 사람으로 간주되어 당사자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아버지의 뜻대로 노력해서 성공해야만 하고 실패는 용납되지 않는 압박에 끊임없이 시달린다.
요즘 들어 회피성 성격장애까지는 아니더라도 회피성 성격의 경향을 보이는 사람들이 상당히 늘어나고 자폐 증상을 보이는 청년이 급증하고 있다. 회피성 경향을 보이는 젊은이에게는 아주 완고한 노력가형의 부모가 많다. 이런 부모는 자신이 다소 괴롭더라도 책임을 다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생각으로 노력하고 주어진 책무를 완수하는 것이 인간의 의무라는 신념을 갖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앞의 경우에서 살펴보았듯이 자식이 엄살 부리는 것을 용납하지 못하고 내모는 경향이 있다.
노력한 만큼 대가가 주어졌던 시대인 고도 경제성장기에 살았던 부모 세대가 노력을 당연시해 자식에게 요구하는 것이다.
하늘을 나는 것이 두렵다
부언하자면 자폐증과 회피성 성격장애는 결코 같은 것이 아니고 자페증을 수반하지 않는 회피성 성격장애도 많다. 그런 회피성 장애의 증상으로 다음과 같은 경우를 들 수 있다.
오래 전 에리카 종(Erica Jong)이라는 미국의 여류작가가 쓴 센슈얼한 자전 소설 ,날기가 두렵다 Fear of Flying.가 베스트셀러가 된 적이 있다. 소설 속에는, 정신분석가를 두 번째 남편으로 만난 이사도라의 출구 없는 성 편력이 분방하게 그려져 있다. 자유분방함을 넘어서서 방탕하기까지 한 대담한 삶의 이면에는 아이러니컬하게도 두려움이 감추어져 있다.
이사도라는 멋진 남자와 결혼했지만 결코 흡족해하지 않는다. 그녀는 남편과의 사이에서 아이를 원하지 않고 통증과도 같은 욕망을 위험한 불장난으로 분출한다.
애인인 의사 에이드리언은 처음 만난 이사도라 앞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방귀를 뀌는 무뢰한이지만 이사도라는 세련이나 교양과는 전혀 상관없는 그에게 강하게 끌린다.
에이드리언은 이사도라의 본질을 예리하게 간파하고 다음과 같이 말한다.
"새로운 경험을 그토록 두려워한다면 글을 쓰기 위한 재미있는 소재를 어디에서 구할 거야?"
이사도라가 대답한다.
"나는 끊임없이 새로운 경험에 뛰어들었어. 너무 많아 곤란할 지경이야."
그러나 애이드리언은 물러서지 않는다.
"엉터리. 너는 두려움에 떠는 어린 공주에 불과해. 너를 정말로 바꿀 수 있는 경험, 네가 진정으로 쓸 수 있는 경험을 내가 주려고 하면 너는 도망치고 말아.:
에이드리언은 미적지근한 그녀의 태도를 나무라며 급소를 찌른다. 그녀는 많은 경험을 했으면서도 사실은 진정한 경험으로부터 줄곧 도망쳤던 것이다. '날기가 두렵다'는 심리가 바로 회피성 성격장애의 본질 중 하나다.
어느 이십대 후반의 여자가 애인과 깊은 관계를 맺고 결혼은 전제로 남자의 가족을 소개받자 갑자기 냉랭해졌다. 그저 애인관계로 있을 때는 멋지고 행복했는데 이 남자와 같이 살며 아이를 낳는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불안해져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 후 가족들의 성화로 다른 남자와 맞선을 보고 자기 생각에도 이 이상의 결혼 상대는 없을 것이라고 여겨지는 남자와 결혼하기 직전에 역시 지난번처럼 거부했다.
결혼은 연애와 다르다. 그 여자는 자기가 책임지는 상황을 항상 두려워했다. 달아날 곳이 없다는 생각만으로도 생매장을 당하는 듯한 공포를 느꼈다. 유학 간다고 돈을 지불하고는 취소한 적도 있다. 옷을 사러 가면 수도 없이 입어 보고 제 스스로 정하지 못한 채 몇 벌을 사고는 기분이 나빠져 집으로 돌아온다.
회피성 성격장애자는 새로운 세계나 생활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지 못한 채 시도만을 반복한다. 아니면 친밀한 관계 그 자체를 무의식적으로 피하기도 한다. 섹스를 하지 않는 커플에서 회피성 성격장애자가 많다는 보고도 있다. 아이를 낳는 것에 소극적인 사람도 적지 않다. 대인관계에 소극적이라는 것은 분열성 성격장애와 흡사하지만 회피성의 사람은 대인관계를 원하며 필요로 한다는 점이 다르다. 또 분열성 성격장애처럼 속세를 떠난 듯한 경향 등의 별난 구석은 없다.
회피성 성격장애자가 되는 원인으로는, 자신의 주체성을 소중하게 여기도록 키워지지 못한 것과 자기의 선택을 존중받지 못했다는 것을 들 수 있다.
함께 지내는 요령
주체성을 존중해 주어라
회피성 성격장애를 예방하는 주요 핵심은 주체성과 기분을 존중해 주는 것이다. 당사자의 의지와 무관한 일을 시키거나 억압하다가 나중에는 "그것도 못해?"라고 질책하여 이중으로 부정하지 않는 것이다. 중증회피의 경우 과거의 추억을 회상할 때 자주 드는 비유가 마치 손발이 묶인 채 매일 물 속에 처박힌 듯한 느낌이다. 비닐 테이프로 입이 틀어 막혀 도움조차 요청할 수 없는 절박한 느낌일 때가 많다. 이는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무기력하게 자신을 지탱해 왔기 때문이다. 도움을 요청할 자유도, 도망칠 자유고 없다는 느낌에서 꼼짝하지 못할 때는 이미 심하게 손상당한 것이 보편적이다.
이렇게 되지 않으려면 평소에 부모의 뜻이 아니라 당사자가 하고 싶어하는 것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 같은 시련,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도 자기의 의지로 주체적으로 임하는 것과 마지못해 강제로 하는 것과는 고통이나 손상의 정도가 전혀 다르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적어도 구조를 요청하든지 달아날 자유를 주면 최악의 상황을 막을 수 있다.
주체성은 소중하게 다루어짐으로써 자라난다. 그러려면 주위에서 지시하는 식으로 말하지 않아야 한다. 쓸데없는 일은 되도록 시키지 말고 한가한 상태로 놓아두는 것이 좋다.
아이가 하고 싶다고 말할 때까지는 부모가 먼저 판단해서 시키려고 하지 마라. 즐거움 역시 마찬가지다. 아이가 원하지도 않는 것을 주거나 먹고 싶어하지 않는 간식을 주면 결국 아이는 자신의 욕구를 약화시키고 만다. 배가 고프면 먹을 것을 찾아 손으로 집어먹게 하는 편이 아이의 생존 능력을 높인다.
당사자의의사표현이 있을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중요하다. 설사 당사자의 의사 표현이 주변 사람들의 기대에 어긋날지라도 존중해 주어야 한다.
예를 들어 아이가 배우던 것을 어느 날 갑자기 그만두고 싶다고 할 때 부모는 여태껏 잘해왔는데 좀 더 해보라며 아이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을 것이다. 아이가 그런 식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했을 때 부모는 아이의 의사를 존중해 줄 필요가 있다.
부드러운 대화를 나누어 보고 당사자가 그만두기를 정말로 원한다면 당사자에게 자기 인생의 결정권을 넘겨주어야 하지 않을까. 당사자에게 주체성을 부여해 자기 인생의 결정권과 책임을 지우는 것이 회피의 장기화라는 난관에 봉착하지 않고 자립할 수 있게 만든다.
회피의 만성화를 방지하는 방법
회피 단계에 이르렀을 경우 더욱 악화되지 않게 하려면 어떤 예방책이 있는지 알아보자. 초기 단계의 회피 반응이 전반적이고도 만성적이 되어 회피성 성격장애로 발전하거나 자폐로 고착되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앞서 살펴봤듯이 회피는 심리적 외상 경험이나 지속적인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으로 나타난다. 어느 의미에서 이는 자기를 지키기 위한 자연스러운 행동이다. 이것이 수년 동안 지속되는 까닭은 마음에 맺힌 응어리가 그만큼 컸거나 장기간에 걸쳐 시달려 온 탓도 있지만 회피를 부추기는 몇 가지 요인이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회피 행동은 일시적으로 쉬거나 스트레스 원인을 제거하면 자연적인 회복력으로 본래 상태로 되돌아온다. 그러나 주위에서 과잉반응을 하면 당장은 어떻게 넘어가도 나중에 큰 대가를 치르게 된다. 극한으로 내몰아 실이 끊기면 다시 잇기가 굉장히 어려워진다.
정말로 싫다고 비명을 지르는 상태에 이르기 전에 실을 적당히 늦춰주는 것이 파탄지경에 이르지 않는 길이다. 또한 지쳤을 때는 쉬어야 한다고 가르치는 것이 분발해야 한다고 가르치는 것보다 여유 있게 인생을 즐기는 기술을 습득하게 만든다. 이는 살아가면서 자기를 지키는 방법이다.
그런데 쉬어야 할 시점에 강제적으로 무언가를 강요하면 상처는 점점 커져 전반적이고도 만성적인 회피 상태로 악화된다. 일단 이렇게 되면 회복하기 어렵다. 회피는 스트레스나 상처에 대한 자연적인 반응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다만 장기화된 회피의 경우에는 조심해야 하는데 그 점에 대해서는 나중에 서술하겠다.
회피의 문제에서 주의할 점은 한 번 회피를 시작하면 다른 것에 대해서도 전반적으로 회피하기 쉽다는 사실이다. 난관에 봉착했을 때 자신을 잃고 상처받게 되면 뭐든지 회피하려고 든다. 이것이 자폐다.
따라서 움직일 수 없는 전반적인 회피가 되지 않도록 배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즉 누군가와 잘 되지 않았어도 다른 누군가에게는 받아들여지는 피난처를 발견할 수 있으면 되고, 또 뭔가를 실패했어도 다른 것은 잘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 주어야 한다. 이런 식으로 빠져나갈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 주고 그것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가르치는 여유 있는 시선이 당사자의 저력을 길러내고 강박감을 완화시켜 활기차게 만든다.
학교든 일이든 그것만이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도록 한다. 인생을 자유로운 것이고 선택할 것을 얼마든지 있다. 당사자를 해방시키는 것이 긴 안목으로 볼 때 진정한 힘을 이끌어내는 길이다.
스스로 움직이게 하는 것이 최선책
오랜 자폐 증상이 있는 회피성 성격장애의 젊은이는 의무감이 강한 강박성 성격의 부모에게 백안시를 당한 경우가 많다. 강박성 성격의 사람은 의무감, 책임감이 강해 예를 들면 아이는 어떤 일이 있어도 학교에 가지 않는 것을 이해할 수가 없으며, 의무를 게을리 한다고 밖에는 여기지 않는다.
회피성 사람은 '이래야만 된다'는 식의 부모의 강한 의무감에 계속 시달려 왔다. 강박성 성격의 부모는 자기 의무를 완수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기기 때문에 아이의 기분은 그다지 고려하지 않는다. 아이는 무슨 말을 해도 소용이 없으므로 자기 의사를 표현하는 것을 억제할 때가 많다. 자기 기분을 알아주지 않고 의무만을 강요당하는 사이에 아이는 녹초가 되어 어느 날 움직이지 않게 된다. 이는 아이의 첫 의사 표현이며 오랫동안 누적된 피로, 통한과도 같은 것이어서 금방 회복되지는 않는다. 그 증상은 어려서 나타나기도 하고 대학생이나 사회인이 되어서 나타나기도 한다. 늦게 나타날수록 치료하기 어렵다.
새삼스레 의무를 설명해도 더 이상 듣고 싶지도 않다는 생각이 가득 차 꼼짝도 않는다.
당사자 의지에 따라 스스로 움직이기를 기다리는 것이 최선책일 때가 많아. 기다릴 때 주변에서 서두르는 기색을 보이면 그것이 보이지 않는 압박으로 작용하기 쉽다. 진정한 의미의 주도권을 당사자에게 넘겨주어 한다. 그러려면 주변 각자의 일에 전념하는 편이 좋다. 이렇게 해서 주변 사람들이 정신적 여유를 되찾을 때 당사자에게도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긍정적인 말투로 참을성 있게 기다려라
회피성 성격장애자는 남에게서 부정적인 의견을 조금이라도 듣게 되면 그 자체만으로도 엉망이 된 듯한 기분에 사로잡혀 새로운 시도를 해보려는 용기를 완전히 상실하고 만다. 이제까지 수도 없이 부정적인 말만 들어 왔던 터라 그런 말을 연상시키는 한마디로 수십 년 동안 누적된 부정의 역사가 되살아난다. "역시 너는"이라든지 "어째서 그 모양이니?" 하는 투도 금물이다.
긍정적인 말투로 참을성 있게 대하는 것이 포인트다.
전혀 미동도 하지 않고 완전한 무기력 상태에 빠져 있는 어른이나 아이 가운데는 뭔가를 해 보려는 생각에 움직임을 보이는 사람도 있다. 이런 사람들과 접촉할 때는 그 사람의 장점을 발견하는 것이 좋다. 그것도 당사자가 깨닫지 못했거나 크게 평가받지 못했던 장점을 찾아내서 칭찬하고 격려해 주는 것이 그 동안에 누적된 좌절감이나 열등감에서 구해내는 방법이다. 혹은 당사자가 하고 싶다고 느껴?t지만 체념하고 말았던 것들에 다시 한 번 생명을 불어넣는 것도 한 방법이다.
무기력의 온상을 깨려면 학 싶어하는 것을 하게 하라
비틀리거나 침잠된 상태가 오래 지속되는 회피성 성격장애의 경우는 그 상태를 그냥 지켜보고만 있어서는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워 증세가 사오십 대까지 지속되기도 한다.
이럴 때는 숨통을 틔어 주는 시도가 필요하다. 이때 필요한 것이 신선한 바람이 들어오는 창문이나 바람을 가져다주는 매개자다. 제삼자의 힘을 빌리는 것이 새로운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실패나 좌절에 그다지 얽매이지 않는 것이다. 기분을 일단 백지상태로 돌려 처음부터 새롭게 다시 시작하는 편이 효과적이다 지금껏 자신이 해 왔던 일이나 주변에서 걸었던 기대라는 것이 지나친 무리였다는 것을 인정하고 같은 과오를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 만약에 당사자가 바라는 일이나 하고자 하는 일이 있다면 그것이 돌파구가 되기도 한다.
변화를 주어서 하고 싶어하는 것을 해 보게 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리고 잘되지 않으면 다시 생각한다. 느긋한 여유가 결국은 긍정적인 힘으로 작용한다.
극복 요령
'나는 할 수 없다'는 생각을 버려라
회피성 성격장애자는 실패하는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움직이지 않는다.
행동함으로써 생길 불쾌감에 압도당하고 만 것이다.
어느 여자 환자가 다음과 같은 에피소드를 들려주었다.
공원에 가니 원숭이 우리에 귀여운 새끼 원숭이가 있었다.
바나나를 갖고 가 주었는데 집에 돌아와서는 새끼 원숭이가 소화불량에 걸리지나 않았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새끼 원숭이가 죽었으면 어쩌나, 차라리 바나나를 주지 말았어야 했는데 하는 걱정에 안절부절못했다고 한다.
그녀는 이 때문에 외출하지도 못했는데 어느 정도 진정되어 혼자서도 행동할 수 있게 되자 위의 이야기를 들여주었다. 그녀는 실패한다는 공포 때문에 행동을 과감히 하지 못했다.
그러면서도 자기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점점 늙어 간다는 공허감과 불안에 시달렸다.
새끼 원숭이에게 바나나를 주면 소화불량으로 죽을지도 모른다는 위험 가능성만으로도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고
그 다음 행동을 주저하게 된다.
쓸데없는 일을 해서 죽게 만드는 사태가 벌어질 바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편이 오히려 낫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필요한 최소한의 일만 한다고 한다. 여행을 가거나 연주회에 가는 것조차도 도중에 사고 당할 위험이나 이런저런 귀찮은 일을 상상하고는 그만두게 된다.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과연 안전하고 고통이 적을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행동하지 않으면 인간이 지니고 있는 능력이 약화되어 저항력을 잃거나 오히려 병이 나 죽음의 위험성이 높아진다.
결단을 내리지도, 항동하지도 않으면 과연 실패하지 않을까?
그렇지 않다. 결단도 행동도 하지 않음으로써 실패를 통해서 배울 수 있는 기회마저도 박탈당하고 만다. 이것이야말로 가장 큰 과오를 범하는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나이 먹어 가기보다는 실패라도 좋으니 무언가를 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하고 내가 묻자 그녀는 "아무리 그래도 죽음과도 같은 실패는 역시 곤란하지요."라고 대답했다.
"사실은 새끼 원숭이가 영양실조에 걸렸었는데 당신이 준 바나나로 죽음을 면했을지도 모르잖습니까?" 하자 그때서야 그녀는 안심이 된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냥 앉아서 죽음을 기다리는 것도 한 방법이 될지는 모르겠으나 움직일 수 있는 동안은 행동해 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어떤 인생을 선택하느냐는 당사자가 선택할 문제다.
행동해 보면 자기를 속박하고 있었던 것은 다름 아닌 '나는 할 수 없다'는 믿음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폐는 풍요의 부산물
일단 회피라는 벽이 생기면 바깥 세상으로 나오기가 여간해서는 어렵다.
회피가 피난처처럼 안락하게 여겨지면 더욱더 그렇다. 나 역시 대학 때 강의도 듣지 않고 친구들로부터도 멀어져 이 년 정도 두문불출했던 적이 있어서 그럴 때의 침잠 상태, 움직일 수 없는 느낌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이래서는 안 된다는 후회와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심정으로 문제가 있다는 사실조차도 잊으려 했다.
자가기 원해서 들어간 대학인데도 수업을 받는 것이 못 견디게 싫었다.
흥미가 없는 것도 아닌데 종전처럼 진지해질 수가 없었다.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는 생각에 좌절을 정당화시킬 변명거리를 찾거나 술로 신경을 마비시켜 무위도식하는 사이에 시간만 흘러 밖으로 나가는 게 점점 두려워지는 악순환이 계속되었다.
이런 회피의 함정에서 탈출한 계기를 되돌아보니 많은 요소들이 뒤엉켜 있지만
무엇보다도 필요에 의해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렸던 것이 가장 큰 이유가 되었던 같다.
낙제를 하지 장학금도 용돈도 전부 끊겨 별수 없이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아르바이트가 외부세계와 나를 간신히 연결시켜 주어 살아 있다는 사실에 눈뜨게 만들었다. 만약 그때 충분한 용돈이 주어졌다면 그 후 십 년 정도는 그 피난처에서 계속 생활했을지도 모른다.
여기에서 자폐 증상이라는 문제의 다른 측면을 엿볼 수 있다.
자폐는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환경이 주어졌을 때 비로소 생긴다는 점이다.
자폐는 어느 의미에서 그것을 허용하는 풍요의 부산물이기도 하다.
먹을 것도 돈도 없으면 태연하게 침잠할 수만은 없다.
역설적으로 사람들과 접촉하지 않아도 의식주 및 오락을 손쉽게 조달할 수 있는 현대는
자폐의 온상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자신을 지켜 주던 사람이 사라지면 움직이기 시작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오랜 기간 자폐 증상을 보여 왔던 청년이 자기를 늘 걱정하던 아버지가 급작스럽게 죽자 별수 없이 일하기 시작해 같은 일을 계속하는 경우도 있다.
회피성 성격장애
사회적인 관계의 억제, 부적절감ㆍ부정적 평가에 대한 과민성이 광범위한 양상으로 나타난다.
성인 초기에 시작되어 다양한 상황에서 다음 중 4가지 이상으로 나타난다.
1) 비판, 부인, 또는 거절에 대한 공포 때문에 중요한 대인 접촉이 있는 직업적 활동을 피한다.
2) 상대방이 자기를 좋아한다는 확신이 없으면 관계를 맺으려고 하지 않는다.
3) 창피 당하거나 바_)보취급 당하는 것이 두려워 친밀한 관계에서조차도 조심한다.
4) 사회적인 관계에서 비판당하거나 거절당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사로잡혀 있다.
5) 부적절감 때문에 새로운 대인관계에 소극적이다.
6) 자신은 사회적으로 부적절하다, 개인적으로 매력이 없다, 또는 다른 사람보다 열등하다고 여긴다.
7) 당황하게 될까 봐서 개인적인 위험을 감수하거나 새로운 활동을 하는 것을 몹시 꺼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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